'트렁크 시신' 사건의 피고인 김일곤(49)의 재판에서 피해자의 동생 주모씨(35·여)가 김씨를 향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고 눈물을 흘리며 꾸짖었지만 김씨는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 재판에서 고성이 오갔다.
16일 오전 10시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상윤)의 심리로 열린 6번째 공판기일에서 주씨는 추가로 진술할 사항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증인석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주씨는 "몇번 재판에 참석했는데 피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고 운을 뗀 뒤 재판 내내 국선변호인과의 접견을 거부하고 재판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김씨를 꾸짖었다.
주씨는 "피고인은 처은부터 지금까지 국선변호인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 분은 나름대로 자기 본분이기 때문에 할 도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변호인은 피고인의 20년간 수감생활의 억울한 이야기라도 들어서 피고인 입장에서 변론해주려고 하는데 피고인은 불신이 가득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바뀐 국선변호사의 접견신청도 안 받고 있다"며 "피고인은 '기자 나가라'고 하는 등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있다. 재판과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만 한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느냐. 세상 살면서 억울한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고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가 "피고인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씨의 발언을 제지하고 방청석으로 돌려보냈지만, 김씨가 주씨를 향해 "언니를 위한다면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당신 언니가 왜 그렇게 됐는지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주씨는 방청석에 앉아 "그래서 당신 지금 죽어있나. 지금 살아있지 않나. 우리 언니는 죽었는데 당신 지금 눈뜨고 살아있지 않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김씨의 공판은 서증조사 절차가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는 "변호인을 거부하겠다. 법으로 변호인 선임이 불가피하다고 돼 있지만 나는 거부할 수 밖에 없고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하며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등 자신의 요구사항을 거듭 밝혔다.
김씨는 이전 기일에서도 변호사 선임 거부의 뜻을 밝히며 자신의 주장을 반복해왔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9월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모씨(36·여)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의 다음 공판은4월1일 오후 4시에 열린다.